테라링크, 카르나 씨 감상

2018. 6. 28. 02:41 from Memo

1.

테라링크에서도 아르주나가 카르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점은 역시 아쉽습니다. 오히려 그 그림자가 짙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카르나 본인이 확인사살을 해 주었지요. [네 눈동자는 집요하게 나를 쫒고 있다. 그렇게 한 사람의 적에게 집착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니 참 곤란한 일이다]라니… 낯뜨거워서 보고 있기 힘들었습니다. 정말 이걸로 괜찮은 건가. 라이터 분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건가. 

카르나라는 커다란 벽을 넘고 나면, 영령 아르주나는 현계할 이유가 더이상 없다는 은유일까요. 하지만 아르주나의 본질적인 존재의 불안정성은 이유가 따로 있고, 카르나는 그 숙업을 상징하고 독촉하는 존재에 가깝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역시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2.

카르나 씨가 이런저런 사물, 인물들에게서 특별한 누군가를 떠올리고 항상 감회에 젖는 것과는 달리 아르주나는 카르나와 닮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확실히 선을 긋지요. 한평생 그렇게 원망한 상대라면 어딘가 비뚤어지고 일그러진 인격을 투영할 법도 한데, 아르주나가 생각하는 카르나의 모습은 어디까지나 고결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실제보다도 더 미화가 되어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요. 테라링크에서도 [내가 아는 카르나는 누군가를 돕고 어깨를 빌려주는 일은 있을지언정, 타인의 힘을 등에 업고 자만하는 자가 아니다]라는 둥 아르주나는 손발이 오그라들을 정도로 카르나의 고상한 인품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찬사를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점이 아르주나 본인의 인격을 대변해 주는 것인지도요. 


3.

헛소리를 하는(…) 카르나 씨에게 우스꽝스러운 것을 넘어서 화가 치민다고 한 아르주나의 대사는, 아르주나 본인의 체험 퀘스트에서 카르나가 말한 대사의 오마쥬일까요. 카르나 씨야 본인의 특성상 아르주나에 대해 미화도 격하도 시키지 않은 가감없는 평가를 하고 있겠지만요. 그럼에도 무기력하게 헤매고 있던 아르주나에게 각성할 것을 촉구한다던지, 5장에서 악역 쪽에 붙은 그에게 위화감을 느끼는 묘사를 보면 카르나 역시 아르주나에게 요구하는 기대치라는 것은 분명히 있겠지요. 쿤티에게도 그랬습니다만, 페이트 세계관의 카르나 씨는 유독 혈육에게 엄격한 인상입니다. 그런 점도 흥미롭기 그지없는 요소이긴 합니다만.

 

4.

하기야 [동화]된 카르나는 순수한 카르나 본인이라고 보기에는 위화감이 강했지요. 처음에는 오라클 화(동화)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타락]도 [세뇌]도 아니라고는 하고, 본인의 인격을 유지한다고는 하나 그 카르나 씨가 [진정한 무장은 단 한명뿐이다]라는 대사를 한다는 것은 역시 믿기 힘든 장면이었으니까요. 대제의 [동화]기술은 사실 [매료]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해석도 있었습니다만. 이제 생각해 보면 인류보완계획(…)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모두의 정신/의식/자아가 하나로 이어진, 자아와 타인의 경계가 한없이 애매해진 상태. 마치 사람이 바뀐 것처럼 호전적이고 자부심 가득한 모습을 내비치던 카르나 씨입니다만, 카를 대제의 자의식이 스며든 상태라면 그 독선에 가까운 자신만만함/성급함/호기로움은 대제의 인격에서 유래한 것일지도요.

하지만 덕분에 감정적이기 그지 없는 카르나 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은 감사했습니다. [이것이 내 최후의 싸움이다]라고 아르주나와의 결전에서 외치는 카르나 씨의 목소리는 비장하다 못해 애절하기까지 합니다. 생전에도 그는 이렇게 외쳤던 것일까요.


5.

하쿠노에게 [이렇게까지 마스터와 마음이 잘 맞을 수 있다니]라며 보기 드물 정도의 찬사를 보내면서도, [네가 싫은 것은 아니다]라고 어딘가 기묘하게 쓸쓸한 표현을 하는 카르나 씨. 역시 이 사람은 글러먹은 사람에게야말로 마음 깊이 끌리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 의혹이 한층 깊어졌습니다. 무명과는 다른 의미로, 하쿠노와 카르나는 동류이니 만큼 서로 편한 상대이겠지요. 날카로운 통찰안은 물론이고, 본인들은 한없이 정직하고 곧은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반영웅/악역들과 인연이 많다는 점, 영혼이 남자답기 그지없다는 점, 이타적이고 시원스러운 성격을 하고 있지만 강렬한 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점, 악의 없는 독설이 특기라는 점(…) 등등. 그럼에도 보고 있으면 흐뭇하다던가, 내버려 둘 수가 없다던가 하는 감정적인 표현이 없는 점을 보고 있자면 카르나 씨 본인도 의문을 품어도 좋을 지경일텐데요.

자각한 적은 없어도, 심신의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미숙하고 어리석고 파멸로 치닫아 가는 주군에게 봉사하면서 안절부절 녹초가 되도록 안간힘을 쥐어짜내야 하는 노동환경에서(…) 카르나 씨는 오히려 마음이 놓이는 것이 아닐까요. 이곳이야말로 자신이 있어야 하는 자리라고 하는 확신을 가지고요. 아르주나를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요. 정말 곤란한 사람입니다. 


6.

지나코의 이름이 나오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만, 희미하게 존재를 언급해 주는 것만으로도 반갑기는 합니다. 거기에 더해 카르나가 지나코와의 약속을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는 점은 테라링크에서도 분명하니까요. 한번도 아니고, 재삼 신랄한 비난 혹은 비웃음으로조차 여겨질 정도의 폭로를 들은 질 드레 원수는 한순간 미치기 전의 인격으로 돌아간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진심으로 분노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사실 그럴 만도 했습니다(…) 그런 자신의 언동을 사과하면서도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말을 끝마치려는 카르나 씨의 모습은, 아마도 그 약속을 다하기 위한 노력에서 나온 것이겠지요. 부탁받은 빵을 사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보는 사람이 놀랄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낙담하던 그 카르나 씨니까요. 찬사를 표현하려던 것이 결국 상대의 격노를 사고 만 것에 크게 낙심했을 것이 분명한데도, 말을 이어나가는 모습은 기특하기까지 합니다.

질 드레 자신도 카르나 씨의 말을 듣고선 새삼 깨달은 바, 다짐한 바가 있지 않을까요. 호쾌하게 [이 질 드레, 사랑받는 것 따윈 필요 없다]고 외치며 소멸했으니까요. 전혀 기대하고 있지 않았는데, 테라링크에서 캐릭터가 가장 큰 폭으로 더욱 깊어지고 입체적이 된 인물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7.

카르나 씨의 마이룸 대사는 정말로 네타의 향연이군요. 이건 일부러 그런 것이 분명하겠지요(…) 에미야, 지크프리트의 전매특허를 가득 채워넣은 대사에도 한참 웃었습니다만. 카르나 본인의 과거의 언동마저 알뜰살뜰 요리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알고 있었나……?]라고 반복하는 카르나 씨의 대사는 어딘가 심문당하는 듯한 박력을 느끼게 합니다. 하쿠노라면 무서우니까 그만두라고 하면서도 [알고 있었지만]이라고 태연하게 대답하지 싶지만요. 그랬군요.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은 한마디 더 덧붙이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아니라, 동요했을 때 무심코 나오는 습관 같은 것이로군요. 

무서운 얼굴로 혼잣말을 하거나, 갑자기 쑥스러운 듯 사과를 해 오거나, 만면의 미소를 띄고 칭찬을 해 오거나. 테라링크의 카르나 씨는 정말 표정이 풍부해서 보고 있자니 절로 입가가 올라갑니다.

 

8.

악역, 중간 보스 역으로 훌륭히 임무를 완수한 카르나 씨입니다만. 아르주나와 둘이서 [처음으로 펼치는 공동전선] 운운하며 등장했을 때에는 왠지 모르게 두 사람 다 때려주고 싶어졌습니다(…) 이렇게 보면 형제는 형제로군요. 훗날 동화로부터 깨어난 아르주나에게 있어서는 지우고 싶은 흑역사가 또 하나 생겼음에 틀림없습니다. 카르나와의 협업은 그렇다 치고, 이제서야 계몽되었다는 듯한 감격을 논하는 어조는 사이비 컬트에 심취한 신자에 다름없었으니까요.


9.

2차 창작 계에서는 자주 보던 소재입니다만(…) 이제 아르주나는 공식적으로 기묘한 카르나 어를 통역해 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인재가 되었군요. 군데군데 논리가 비약되어 있는 카르나 씨의 인사를 듣고, [여기서는 전력을 다할 수 없는 것이라면] 이라고 카르나 씨가 하고 싶은 말을 간결하게 한 마디로 핵심을 정리해 주는 아르주나는 정말 우수한 재원이었습니다. 카르나 씨는 정말로 기뻤던 탓에 흥분한 나머지 더욱 수수께끼 같은 문장을 늘어놓고 만 것일지도 모릅니다만,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수준이니까요. 생전의 카르나와 대화하던 아르주나는 절로 주변의 감탄을 자아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꾸준히 노력은 하고 있을지언정, 카르나 씨 본인도 조금 체념하고 있는 구석도 있는 것일까요. 남작에게도 [내 표현으로는 농락으로밖에는 들리지 않는가]라고 혼잣말하는 부분이라던가, 마이룸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해서는 랭크 E인 만큼 기대하지 말라고 못을 박는 부분이라거나요. 비슷한 정도의 (…) 행운치에 대해서는 서번트 중에서도 톱클래스라고 주장할 정도의 긍정적인 사고의 달인이 이렇게 단언할 정도면 어지간히 자격지심이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럼에도 연습을 거듭할 것이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지만. 카르나 씨에게도 슬슬, 그 동안의 발전과 노력을 치하해주는 보상이 있으면 좋을 텐데요. 기왕이면 그에게 처음 그 숙제를 내어준 마스터에게서. 


10.

인도 형제 둘 다, 설마하니 신의상의 후면 디자인이 등이 깊이 파인 홀터넥일 줄은 몰랐습니다. 둘 다 이 시리즈의 색기담당 포지션으로 자리매김한 것일까요(…) 카르나 씨의 검은 의상이 사실은 의상이 아니라 변색된 피부라는 설정도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새로운 디자인, 특히 발레리노를 연상케 하는 하의 부분은 사실 길가메쉬보다도 더한 노출도일지도 모릅니다. 왜, 이제와서 벗긴 것인지 의문입니다만. 이 여름에 시원하기도 할 것이고, 건강에도 좋을 것이고, 카르나 씨로서도 신선한 시도일지도요(…) 그런데도 어째서 수영복의 스탠딩 일러스트는 없는 것인지 아쉬운 일입니다. 금번 카르나 씨의 수영복 모델이 나온다면, 기상천외한 수영복도 알로하 셔츠도 좋지만 YARIO의 오버롤을 입은 농부 카르나 씨도 좋을 것 같군요. 아포크리파 에필로그 이벤트 때처럼 혼자서 붕 뜬 복장을 한 카르나 씨. 다들 화사하게 차려입고 셀레브리티들 답게 리조트에서의 휴일을 즐기고 있는데 혼자서 흙먼지 투성이인 옷을 입고 저 멀리 그늘에서 묵묵히 수박과 복숭아, 체리, 블루베리 등등 여름 과일을 수확해 가지런히 바구니에 담아주는 카르나 씨. 이마저도 손님들의 감사 인사와 찬사를 들을 수 있는 서빙 역은 다른 사람에게 맡길 것이 틀림없습니다. 아, 적어도 쿠훌린만큼은 카르나 씨와 비슷한 처지려나요. 그라면 웨이터 역도 적격이겠군요.


11.

이제 카르나 씨가 활약하는 다음 이야기가 발매되는 것은 언제가 될까요. 점점 개그 지분이 늘어나고 있는 카르나 씨입니다만(…) 카르나 씨가 즐거워하는 이야기라면 오히려 마음 편히 기다릴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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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나 씨 잡담 7

2018. 6. 11. 02:08 from Memo

1. 테라링크 신의상


드디어 와다 아르코 씨의 스탠딩 일러스트 스크린샷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신의상이라기보다도 신 캐릭터라고 해야 할 듯한 파격적인 디자인에 3D 모델을 먼저 보았을 때에는 당혹스러웠습니다만. 예상대로의 아르주나 컬러 카르나 씨. 심지어는 눈가의 화장마저 푸른색입니다. 팔레트 스왑이라기보다 아예 기존의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 신규 디자인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의상이나 이미지 컬러보다도, 헤어 스타일을 바꾸면 이렇게나 다른 사람 같은 분위기가 나는군요. 여러 가지로 한계점에 아슬아슬하게 도전했다는 인상입니다. 이런 파격적인 시도도 카르나 씨니까 가능한 것이겠지요.

전체적인 분위기가 페이트 시리즈라기보다도 나루토에 등장할 법한 악역의 이미지입니다만(...) 특히나 pako씨의 일러스트에 달린 「…大蛇丸?」라는 코멘트에 (인정하기는 싫지만) 격히 공감하고 말았습니다. 자신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아니면 키미마로라거나. 

이 일러스트의 카르나 씨는 의심할 여지 없는 죽은 눈빛과 음침한 표정, 한껏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까요. 이 외견으로 [대제 만세]를 외치는 건가.

낯익은 표정과 얼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와다 아르코 판 스탠딩 일러스트의 카르나 씨를 보니 이제서야 자신이 알고 있던 카르나 씨라는 실감이 나는군요. 기존 갑주의 디자인도 남겨두고 있는 3D 모델보다도 아예 확실하게 여태까지의 이미지 컬러와 디자인을 걷어낸 스탠딩 일러스트 쪽이 카르나 씨라는 안심감이 드는 것은 기묘한 일입니다만. 미적으로도 심플한 이쪽이 더 취향입니다.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일러스트인 것은 틀림없는데, 카르나 씨가 본디 지니고 있던 기묘한 분위기가 더욱 강조되는 느낌입니다. 엄격하고 고요해 보이는 모습이 여태까지보다도 더욱더 인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엄숙한 분위기를 진하게 자아냅니다. 

백색 의상도 3D 모델에서는 애매모호한 길이가 매우 신경쓰였는데, 일러스트를 보면 의외로 잘 어울리는 느낌이고요. 풀 스탠딩 일러스트를 보기 전까지는 판단을 유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수영복 버전을 기다리면 되겠군요. 설마하니 길가메쉬와 무명도 남아 있는데, 3탄이 발매되는 것은 틀림없겠지요. 


2.

이제부터는 청백색도 카르나 씨의 이미지 컬러라고 우길 수 있는 것일까요?(...)


3.

https://www.super-groupies.com/feature/detail.php?id=557&utm_source=twitter&utm_medium=social&utm_campaign=20180610fateap


카르나 씨 굿즈를 볼 때마다 생각하는 일입니다만. 태반의 카르나 씨 굿즈가 검은색과 황금색/붉은색의 컴비네이션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물론 그 3색이 카르나 씨의 이미지 컬러인 것은 맞지만, 결국 그 의상을 걸치는 것은 카르나 씨라는 [인물]입니다. 그렇다면 전체적인 이미지의 결과물에 있어서는 [창백한 회백색]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데, 그 점을 굿즈의 디자인에서 간과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극적으로 명도에 차이가 있는 색상들이 자아내는 강렬한 컨트라스트 자체가 카르나 씨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인상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여태까지 발매된 카르나 씨 모티브의 굿즈에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끼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굿즈는 많이 나올수록 기쁘지만요. Super groupies의 골드/핑크 시계는 꽤 귀여웠습니다.


3.

http://www.amiami.jp/top/detail/detail?gcode=GOODS-00230698


드디어 카르나 씨 모티브의 피어스가 나왔다는 것을 듣고 기뻐했습니다만... 카르나 씨가 하고 있는 귀걸이나 발렌타인 예장의 귀걸이와는 디자인이 꽤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도 상당한 가격이군요. 도대체 왜... 특히나 어레인지하고 있다고는 해도 평소에는 하기 힘든 디자인인 만큼 구입은 유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갑도 시계도, 개인적으로는 적의 라이더 모티브의 디자인 정도라면 무난하게 쓸 수 있겠지만, 카르나 씨 모티브는 생각만 해도 꽤나 어렵군요. 굿즈를 살 때는 실생활에서 쓰는 물건이 아니면 결국 수납만 해 두게 된다고 하니 기왕이면 매일 쓸 수 있는 물건을 사는 게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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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나 씨 잡담 6

2018. 5. 17. 09:14 from Memo

1.

FGO 5장의 다이얼로그를 읽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 사람 이렇게 달변가였나요. 버서커를 말만으로 설득해서 진정시키다니, 왠만한 웅변가에게도 힘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 설득력은 의미 없는 수사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나이팅게일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신념을 알아보고 진정으로 존중하는 마음 자세에서 나온 것이겠지만요. 

이것으로 가뿐한 마음으로 카르나 씨를 문과로 분류할 수 있겠군요. 예체능계라는 선택지도 남아 있기는 하고, 카르나 씨라면 충분히 소질도 풍부할 것 같긴 합니다만. 

가령 세부적으로 현대적인 전공을 정한다고 한다면, 역시 돈이 되지 않는 전공이 좋겠군요. 이를테면 철학이라거나. 사물의 본질에 주목하는 것이 철학이라면 카르나 씨에게는 더없이 잘 어울리는 학문이겠지요. 그라면 동서고금의 석학들이 남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치열한 고찰에 깊은 감명을 받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카르나 씨의 그 통찰안과 감식안은 소위 말하는 똑똑함이나 현명함과는 동떨어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명함이라는 것은 트러블을 피하는 능력이라고도 생각하기에(…) 바가바드 기타의 표현을 빌리자면 [깨달음을 얻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어리석은 이들에게 굳이 가르침을 전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카르나 씨가 이런 취사 선택을 한다는 것은 역시 위화감이 있지요. 

이과라고 한다면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자잘한 숫자가 그다지 의미 없는 전공- 예를 들자면 천문학이나 순수물리학쪽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아르주나는 이미 이과 설정이 붙어 있으니 기왕 디테일을 덧붙인다고 한다면 화학/재료공학 쪽일까요. 전자기계공학이나 컴퓨터공학보다도, 시약을 쓰는 실험이 중요한 전공이 어울릴 것 같으니까요.


2.

최근 몇 년 사이에 친숙해진 [삶의 자세]에 대한 개념들에 카르나 씨는 잘 들어맞는 예시가 아닐까 합니다. 시대를 초월해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인간상이기 때문이겠지요. 

카르나 씨는 마음부터가 멋지기 그지 없는 남자(心イケメン)이 아닐까 합니다.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과 남을 배려하는 고운 마음씨를 가지고 있으며 타인을 비하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보다도 상대방의 의견을 귀기울여 듣는 사람. 거기에 더해 언제나 긍정적이고(!) 자잘한 것들에 하나하나 구애받지 않는 호방함, 프라이드에 구애받지 않는 유연함을 지닌 사람. 그의 약점이었던 오해를 사기 쉬운 서투른 커뮤니케이션도 비약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중이고요. 心イケメン, 혹은 정신적인 イケメン의 에피소드를 찾아보고 있자면 그 주인공이 카르나 씨라도 위화감 없을 것들이 많아 즐거웠습니다. 직장에서도 항상 침착하고 동요하지 않으며 마지막까지 취한 동료들을 택시에 태워 보내고 어느새인가 계산까지 해주는 사람. 물론 개인에게 이런 것들을 요구한다는 것은 지나친 일이겠지만, 카르나 씨는 FGO 공인 그 어떤 블랙기업에서도 묵묵히 일할 수 있는 믿음직한 맏형 타입이니까요(…)  

물론 외견도 의심할 바 없는 イケメン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그랜드 파티 때의 정장을 입은 카르나 씨는 정말 그 실루엣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바라볼 때마다 넋을 놓고 빠져들게 됩니다. 어쩌면 이렇게 단아하고 우아하면서 샤프할 수 있는지. 그의 체형이라면 가파른 실루엣의 현대적인 브랜드들도 잘 어울리겠지요. 물론 사치를 배격하는 카르나 씨로서는 럭셔리 라인 가격대의 의복을 사복으로 소유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요. 그의 빼어난 외견을 보고 있자면 주변에서는 이것저것 좀더 아름답고 질이 좋은 의상을 장만해 주고 싶은 충동에 휩싸여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이것도 저것도 다 잘 어울리겠지요. 하지만 고된 육체 노동도 마다하지 않고, 툭하면 누구에게나 입고 있는 것을 벗어줄 듯한 카르나 씨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그것도 꽤나 고민스러운 일이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3.

물욕이 없다는 점에서는 그는 [미니멀리스트]로 분류될 수도 있겠지요. 물론 근본적으로는 범인과 같은 기준으로 그를 평가한다는 자체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미니멀리스트]를 인생에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것들-여유 시간, 새로운 경험, 타인과의 유대관계-을 위해서 그 외의 것들에 쏟는 시간과 노력을 최소한으로 줄인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면, 애초에 카르나 씨는 [자신에게 정말로 소중한 것]조차 놓아버릴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친부모, 양부모 할 것 없이 부모를 공경하고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그가 출생의 증거인 갑옷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을 리는 없겠지요.

어쩌면 일단 받은 물건은 아무리 보잘것없는 것일지라도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만(…) 적어도 그 스스로 소유물을 더 늘리지 못해 안달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페이트 세계관의 카르나는 태어나면서부터 피복조차 필요없는 사람이고요. 주변에서 강제로 떠넘기지 않는 한 휴식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이부자리조차 장만하려고 하지 않겠지요. 

대조적으로 수집벽이 있는 길가메쉬는 [맥시멀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요. 딴소리이지만, 인지도가 높은 디자이너 하우스 중에서 특히 톰 포드는 길가메쉬의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특히 그 자물쇠 모티브는 아쳐 길가메쉬의 귀걸이와 매우 흡사하기까지 하니까요. 


4.

얼마 전에는 롱 블레이져와 붉은 레진 스톤으로 장식한 볼로 타이를 주문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턱시도 셔츠, 라펠 체인, 얇은 흑색 장갑도 장만하고 싶군요. 게다가 얼마 전 습관처럼 들어간 Selfridge의 웹사이트에서 푸시아 핑크로 진한 아이라인을 그린 픽업 메이크업 이미지를 보고서는 새 아이섀도우도 가지고 싶어졌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57&v=QMyrqzh1y7Y


이렇게 대담하게 언더라인을 붉은색으로 채우면서도 깔끔한 메이크업이 가능하군요. 특히나 모델분의 몽롱한 눈빛이라거나 신비적인 분위기가 조금 카르나 씨를 생각나게 하는지라 더욱더 마음을 흔들었지요. 하지만 Magentic 색상 하나를 위해 100달러가 넘는 팔레트를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Temptalia에 리뷰가 올라와 있는 비슷한 Dupe제품들은 한정판이거나 역시 팔레트에 포함되어 있는 색상들이더군요. 한참을 뒤진 끝에, 비슷한 색상의 싱글 섀도우를 찾는 것은 포기했습니다. 색감이 전혀 다르긴 합니다만 레드 계열 섀도우나 아이라이너를 구입할까 고려중입니다. 캔버스 색상의 차이를 생각하면(…) 모델분에게는 푸시아 핑크더라도 자신에게는 어차피 너무 밝은 색상이었을지도 모르고요. 공식 일러스트에서도 아포크리파 애니메이션에서도 카르나 씨의 아이라인은 핑크라기보다도 레드 색상이기도 하니까.   

사실 할 수만 있다면 코스프레하고 싶은 건 그 마음씀씀이이긴 합니다. 그 관용과 박애의 정신은 십년 단위로도 체득하기 힘들지 모르지만, [기술]로 분류되는 부분이라면 배우고 익힐 수 있을지 모르지요. 이를테면 그 어떤 사람과도 침착하게 이야기하는 방법이라거나요. 아포크리파의 카르나 씨는 적의 진영의 그 어떤 서번트보다도 감정 표현이 적고, 상시 동요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 아예 [가면과 같이] 표정이 없는 얼굴이라는 묘사가 있었지요. 

카르나 씨 본인은 당연하지만(…) 그와 닮은 사람조차 현세에서는 찾기 힘들 테니, 그나마 조금이나마 닮고자 하는 마음 자세가 그런 쓸쓸함을 달래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더해 오피셜 굿즈일까요. 그를 정말로 본받으려고 한다면 애초에 물건을 사모을 게 아니라 그만큼을 저금해서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게 맞겠습니다만. 카르나 씨 이름으로 된 수익이 늘어나야 등장 작품도 계속 늘어날지도 모르니까요. 물건이 늘어나는 것은 부담스럽습니다만 쿠션 커버 같은 것은 그닥 자리를 차지하지도 않고, 보기 드문 발주 생산 상품이기도 하니까...(합리화)


5.

FGO 제5특이점의 카르나 씨에 대해.

「オレとて人の子だ。人並みの感情はあるよ。」

그가 확연히 이렇게 자각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역시 CCC 다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안타까움이 가득 배어 나오는 목소리로 지나코는 카르나의 일생이 불운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단언했지요. 그리고 그가 불행 속에서 끌어안고 있던 갈망을 지적합니다. 비록 자신은 운이 좋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카르나 씨입니다만, 그조차도 생전의 자신의 운명이 축복으로 가득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겁니다. 그 특유의 긍정적인 사고로 [감사할 수 있는 있는 행운이 하나라도 있었다면] 자신은 충분히 행복한 존재였다고 결론짓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행운이라는 것은, 카르나의 인연예장으로 미루어 보건대 [몸과 마음을 다해 이룩하고자 한 바]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의 경우 그 목표라는 것이 분명히 일신의 안위를 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요. 그것이 가신으로서 주군을 지키는 것이든, 아니면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은 모두 베푼다고 하는 마음가짐이든 진심으로 관철하고 싶다고 원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공허한 인생이 아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사람은 만족스럽게 눈을 감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코의 그 한마디는 카르나에게 있어 묘하게 마음에 와 닿는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카르나라는 서번트와 이어진 마스터인 만큼, 지나코는 꿈을 통해서든 환영을 통해서든 생전의 카르나를 직시할 기회가 있었겠지요.  그리고 그가 경험한 것들, 느낀 것들을 확연한 형태를 가진 언어로서 카르나 대신 표현해 주었지요. 단 한 문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직설적인 어법과 목소리에 가득 담긴 감정 덕에 지나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전해져 오는 기분이었습니다. 카르나 본인은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을 가지지 않을지언정, 정당하지 못한 푸대접, 보답받지 못하는 결말의 연속이었던 그의 인생은 타인인 자신이 보기에도 충분히 감당하기 힘들 만큼 안타까운 것이었다고. FGO 시점에서 이렇게 카르나의 누구에게도 쏟아내는 일 없던 한을 대변해준 사람은 현재까지 지나코가 최초이자 유일하지요.

설령 카르나의 마음이 분함과 억울함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하더라도, 지나코가 보기에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겠지요. 또한 혹여나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면, 여태껏 그가 제대로 인지하지도 다루지도 못하고 있던 [사람]의 감정들은 있어서 당연한 것, 또한 이해받아 마땅한 것이라고 그녀는 전해주고 싶었을 겁니다. 그리고 지나코는 카르나에게 [그 자신의 속마음을 말해 줄 것을] 주문합니다. 카르나에 대한 인상 깊은 코멘트 중에 이런 것이 있었지요. 생전 카르나의 적은 물론, 그를 이해하고 있던 동료들조차 카르나의 한마디를 더 듣고자 한 사람은 없었다고. 그러니 지나코의 충고, 혹은 부탁을 듣고 항상 담담하던 카르나가 그렇게 놀란 것도 이해할 만합니다. 지나코는 이별한 뒤로도 카르나가 그런 노력을 계속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지시하고 격려해 주었지요. 

그리고서야 카르나 씨는 그저 끌어안고 있기만 하던, 여태껏 형언할 길 없던 그 감정들에 겨우 이름을 붙여줄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요. 모멸감, 분노, 질투, 욕망, 슬픔, 안타까움, 절망감 등등. 그리고 카르나 씨 자신이 아르주나에게 설파했듯이 인간으로서 당연한 그런 감정들은 그 존재가 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그런 감정에 기반한 [행위]가 악업인 것이지요.

그리고 물론, 그것만은 아닐 겁니다. 감동, 애정, 경탄 등등. 생전의 그가 전하지 못한 타인을 향한 수많은 순수한 호의들. 카르나 씨의 저 발언은 자기자신의 감정을 자각하고,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한 걸음 나아가 그 둘을 비교한 끝에야 내릴 수 있는 결론이겠지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카르나 씨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정말로 그렇겠지만요. 그럼에도 역시 카르나 씨가 인간이라기보다 초월적인 존재에 가깝게 보인다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만. 여느 보통 이들과 다름 없는 감정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그 감정들에 지배당하는 일도,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고 표현하는 일도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런 그이기 때문에 카르나 씨가 [나도 사람의 아이]라고 단언하는 모습은 위화감을 느끼게 하면서도 동시에 묘하게 마음을 기쁘게 합니다. 그에게는 [사람의 행복]을 앞으로도 가득가득 체험해 주길 바라니까요. 


6.

「どれほど自らに負い目があり、屈折した自己嫌悪があり、時に小心から悪事を成すことがあるとしても。」

역시 카르나 씨는 인간미가 넘치다 못해 어딘가 어설퍼서 챙겨 줘야 할 것만 같은 사람에게 끌리는 것일까요. 5장에서도 에디슨이 제 흥에 겨워 서기(書記)를 부탁하자 빙그레 웃는 장면이 있었지요. [내버려 둘 수가 없다]고 스스로도 말하고 있었고요. 기복이 심하지만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제멋대로이지만 실은 소심하고, 세상 혼자 살아갈 수 있을 듯이 온갖 허세를 다 부리지만 동시에 정이 많고 사람의 온기를 갈구하는 [인간]. 사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부분들입니다. 그 어떤 박정한 사람이라도 외로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요. 그런 본능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타인의 온기를 구하는 사람을 카르나 씨는 기특히 여기는 것이겠지요. 

「賢くありながら愚かであり、傲慢でありながら博愛に満ちた男。」

지인의 그런 단점들을 눈에 밟힌다는 듯이, 어딘가 그리움을 띄우고 독백하는 카르나 씨가 얼마나 인간다움을 깊이 이해하고 있고 또 애정을 쏟고 있는지 느껴져서 애틋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지나코의 허언벽을 꾸짖기는 했어도 카르나 씨로서는 그녀의 그런 점도 싫지 않았겠지요. 이런 점도 길가메쉬와는 대조적입니다. 둘 다 인간보다는 신에 가까운 존재들이면서, 길가메쉬는 극소수의 인간이 이루는 [이상에 가까운 한계]에 끌리고, 카르나는 대다수의 인간이 지니고 있는 [불완전하기 때문이야말로 인간의 본질에 가까운 보편성]에 끌리는 모습을 보이니까요. 물론 두 경우 다, 유한한 생명이기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필사적인 발버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공통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무엇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라는 존재를 택해 그 몸을 의탁해 온다는 것이, 카르나 씨에게 있어서는 놀라움이자 그 무엇보다도 강력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겠지요. 무덤덤한 얼굴을 하고서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을지언정 어쨌건 품에 앵겨 오면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요. 역시 훌륭한 CCC의 출연진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5장의 카르나의 독백을 보면 카르나는 나이팅게일과 마찬가지로 지도자로서의 에디슨의 한계, 그리고 필연적인 몰락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필연 이번뿐만이 아니라 생전에도, 세라프에서도, 성배대전 때에도. 카르나는 자신을 의지하고 있는 주군의 파멸을 예지하고 있으면서도 되도록 그 결말을 늦출 수 있도록, 말로가 괴로운 것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온 것이겠지요.


7.

카르나 씨에게는 이렇게 여러 가지 모순되어 있는 감정들을 동시에 느낍니다. 한낱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인간을 사랑해 주는 자비로운 신령(神様)]과 같은 그에게 경외감과 친애를 느끼는 한편, [자유로우면서도 정도(正道)를 벗어나지 않는 인격자]에게 느끼는 동경과 애정, 또 [한 사람의 매력적인 청년]에게 느끼는 연정이 있지요.

최근 관심을 가진 커플링이나 캐릭터들을 되돌이켜 보면 여자를 영 못쓰게 만드는 남자(女をダメにする男)가 줄지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뒤늦게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카르나를 필두로 무명과 하쿠노, 모 병장-단장의 CP처럼 알뜰살뜰 보살펴주고 한없이 어리광을 받아주며 아낌없는 애정을 쏟아주는 인물들. 이 역시 무의식의 발로라면 스스로가 조금 애잔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무의식의 대변자나 다름없는 꿈에서 이런 행복을 향유할 수 없다는 것이 억울하군요. 역시 심층의식 속에서는 어딘가 명확한 경계선을 그어놓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하기야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그녀들의 자리에 자신이 있는 풍경은 상상할 수 없으니까요. 

동정을 살 정도로 글러먹은 인간이 되는 것으로 카르나 씨와 같은 이의 관심을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한가득입니다만(…) 그렇게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혹은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카르나 씨에 대한 마음을 자신 대신 외쳐주고 계신 유우키 씨의 트위터에 감사를 표할 따름입니다.

「お父さん、息子さんを僕にください!!」


8.

아르주나의 테라링크에서의 신 의상에 대해.

응…? 이건 웃으라고 넣어 주신 것일까요? (혼란) 트위터에서 신 의상을 소재로 한 2차 창작을 보았을 때는 설마 공식 설정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는 화살통마저 존재감 강렬한 태양 모티브로 장식하고 있으니까요. 한순간에 중화풍 서번트가 되었군요. 붉은색은 좋지만, 암적색이 아니라 주홍색에 가까운 적색인 것이 아쉽습니다. 아예 얼터 시리즈 같은 분위기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화사한 현대 의상을 보고 싶었던지라 그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예상한 바를 아득히 뛰어넘는 참신함은 있었습니다만. 그렇다면 카르나 씨의 신 의상이 추가된다면 아르주나 컬러인 것일까요? 백색과 은색, 청색이 카르나 씨에게 어울리지 않을 리는 없겠습니다만. 기본 디자인이 디자인인 만큼 난이도는 훨씬 올라가겠지요.  


9.

아르주나의 신 의상에는 [와일드]하다는 설명문이 붙어 있었지요. 그렇다면 카르나 씨의 디폴트 의상이 와일드하다는 말도 되지 않을까요. 확실히 브라흐마스트라를 포함한 전투 방식은 야생 동물에 가까운 흉폭함이 있지요. 

새삼스럽지만 적색, 금색, 흑색이 섞인 카르나 씨의 의상들은 어느 것이나 카르나 씨가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것들입니다. 미려한 것은 물론이고 카르나 씨에게는 더없이 잘 어울리는 디자인들이지만, 너무나 그에게 특화되어 있다고 할까, 개성이 강하다고 할까. 오히려 여리여리한 여성 서번트들이라면 몰라도 남성 서번트들 중에서는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이가 하나라도 있을지 의문입니다. 반대로 카르나 씨는 어떤 의상이라도 잘 소화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단 켈트 전사들의 반나체 차림은 예외입니다. 너무 앙상한 나머지 좀 안쓰러워질 것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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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나 씨 잡담 5

2018. 5. 12. 06:34 from Memo

1.



산리오의 카르나 씨 스트랩과 머그컵. 

의, 의외로 귀엽(…) 

특히나 러버 스트랩의 선명한 색깔이 마음에 듭니다. 원래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것은 그닥 가까이 하지 않는 편이고, 단색에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편이라 산리오 콜라보 제품들도 처음 봤을 때는 카르나 씨 굿즈임에도 정말 취향이 아니라고 고민했었습니다. 하지만 자꾸 보다 보니 역시 어느샌가 익숙해지고, 이렇게 구매까지 하게 되는군요. 소지품이 늘어나는 것은 항상 경계하고 있지만 이렇게 받고 보니 생각보다도 귀엽고, 또 바라볼 때마다 마음에 위안이 되니 다른 제품들도 가지고 싶어집니다. 스트랩, 클리어 파일, 손수건, 아크릴 스탠드 등등. 콜라보 카페의 쿠션 커버는 디자인도 색깔도 마음에 들지만 가격이 난점이라 아직 고민하고 있습니다. 온통 회백색인 방에서 눈에 띄기도 띄겠지만요. 카르나 씨 컵은 생각보다 크기도 아담한 덕에 HARIO V60 핸드 드립기도 무난히 올라가기에 커피도 차도 끊임없이 담고 있습니다.

낯간지러운 애정에 더해 기억조차 희미한 아동 시절의 감성까지 되살려내다니 카르나 씨 이 무서운 남자. 


2.

Gift 사의 카르나 씨 모티브 봉제인형, 일명 카르누이 구입은 장렬하게 실패했습니다. 통판 전쟁이라고 하더니 정말이었군요. 개시 1분도 되지 않아 매진되어 버렸습니다. 서버에 간신히 접속하고, 카트에 담고 보니 이미 [재고가 부족합니다]라는 메시지밖에는 표시되지 않더군요. 믿어지지가 않아 몇 번이고 새로고침을 했건만 잠시 후에는 [재고 종료]라는 메시지로 바뀔 뿐이었습니다. 몇 개를 사느냐 하는 고민 따위는 무색하게도 단 한개를 건질 틈새조차 없이요. 같은 경험을 한 분들이 트위터에는 산재해 있어 조금 위안이 된달까요(...)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산다는 건 장래 업계의 상도덕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지라, 재판 예정이 없는 한 이걸로 카르누이는 안녕이군요. 모델러 분의 ぬいんど 3D 모델 배포나 기다려봐야겠습니다.


3.

이번 아수라장을 겪고 나니 예약 주문, 혹은 발주 생산이라는 시스템이 사실은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이 업계의 캐릭터 상품은 왜 이리 랜덤 가챠가 많은 것인지. 산리오 카페의 스트랩과 코스터마저 랜덤인 것을 보고는 아연실색했습니다. 그래서 박스들이 상품이 발매되는 것이로군요(!)

카르나 씨 관련 상품은 이미 매진된 것, 구하기 힘든 것들이 많아서 오히려 돈을 쓸 일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번뇌를 줄여 주시는 것을 감사해야 할까요(涙)


4.

금번 세일 시즌이 다가오면 라이더 자켓이나 구입해 볼까요. 붉은색 머플러와 슬립온과 함께 입을 요량으로요.


5.

8월 예정의 C94 타입문 부스에선 어떤 상품이 출하되는 것일까요. 혹시 새로운 일러스트 타피스트리가 발매된다면 발주 시기를 유념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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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霜夜 :

카르나 씨 잡담 4

2018. 5. 9. 07:54 from Memo

1.

아포크리파 콜라보 이벤트.

카르나 씨… 이번에는 매우 비중이 적군요. 그와 같이 가장 늦게 아군에 합류하는 조이면서도 나름대로 주어진 역할이 있는 세미라미스나 블라드 3세에 비하면 그저 대사가 있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수준인지라.

「それでは、オレも立ち去ることにする。言葉は無用だ。」

「……。……オレの心は……読み取りやすいのだろうか……?」

개인적으로 아포크리파의 카르나 씨는 CCC의 기억이 없는 상태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이 대사는 아직 한 마디 덧붙이는 습관이 없을 적의 생전에 가까운 카르나의 순수한 놀라움이었을까요, 아니면 5장에서 나이팅게일에게 질문했을 때처럼 의표를 찔린 의기소침함일까요. 어느 쪽이로나, 생전엔 분명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수도 없이 구박받았을 그가 이제 와서 [자신이 그렇게 알기 쉬운 사람인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아이러니는 코믹함을 넘어 안쓰럽기는 매일반입니다. 

그만큼 이해받는 일이 적었기 때문에 느끼는 놀라움도 크겠지요. 안간힘을 다해 말로 짜내지 않아도 마음이 전달된다는 것은 카르나 씨로서는 분명히 기뻐할 만한 일이겠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겉으로 표가 난다는 것 역시 어른으로서 혹은 전사로서는 그닥 달갑지 않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기껏 익히기 시작한 한마디 덧붙이는 습관을 연습할 기회가 사라져 버리니 카르나 씨로서는 조금 쓸쓸할지도요.


흑막은… 아, 하고 납득할 수 있는 인물이기는 했습니다. 본작에서의 퇴장이 허무하긴 했던지라 이런 후일담과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이렇게 아쉬웠던 점을 다른 세계관에서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콜라보레이션의 가장 큰 장점일지도요. 다닉은 제3제국과 관련된 암시가 들어간 탓에 미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있지만, 이번에는 허용범위 내라고 해야 할까요. 그나저나 영왕님 너무 자비로우신 것 아닙니까. [怨敵] 라고 분명히 부르고 있으면서 미워하고 있지 않다는 것도 무리가 있지 싶습니다만. 본작에서는 신뢰도 경애도 존재하지 않았던 이 페어가 이렇게라도 화해하게 되어 다행이긴 다행입니다. 


2.

아포크리파의 카르나 씨는 여태껏 나온 미디어 믹스 중에서도 가장 체격이 좋은 편이 아닐까 합니다. 작화상 프로포션도 실제보다 키가 커 보이고, 무엇보다 육체의 중량감이 느껴지는 캐릭터 디자인이 좋습니다. 흉근도 곡선을 이룰 만큼 꽤나 두께가 있고, 복직근이나 삼각근이 강조되는 작화 컷을 보고 있으면 카르나 씨 사실은 꽤나 근육질이었구나 하고 느끼게 된달까요. 다만 그 특유의 신체의 라인이 훤히 드러나보이는 복장 덕에 빤히 바라보고 있자면 즐거움을 넘어 왠지 부끄러움과 죄책감까지 느끼게 됩니다만. 이런 것이 길티 플레져라는 건가(!)

실루엣 디자인과의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서, 혹은 애니메이션 전체의 색상 설계상 변경된 점인지도 모릅니다만. 눈가의 붉은 화장도 길고 뚜렷하고, 홍채의 색깔 역시 형광빛이 도는 캐리비안 블루 혹은 틸 블루로 표현되는 다른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사파이어 블루 색상이지요. 날카로운 각도와 긴 속눈썹, 동공의 디자인까지 완전히 고양이상인 눈매와 가닥가닥으로 갈라진 백발, 뼈뿐만이 아니라 살(肉)의 부피가 느껴지는 입체감, 채도가 높고 명도가 낮은 색상까지 가장 탐미적인 분위기의 디자인이라고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화질은 그리 좋지 못할지언정 정말 신령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CCC의 카르나 씨의 자애로운 표정도 좋아합니다. 엑스텔라 시리즈에 들어와서는 확 바뀐 카르나 씨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참 헤맸습니다만 이쪽도 역시 독특한 매력이 있지요. 특히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표정은 사랑스럽습니다. 

원화가 pako씨의 카르나 씨는 때에 따라 분위기 뿐만이 아니라 연령대까지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오피셜 작품에서는 프로포션도 분위기도 완전한 성인이지만, 특히나 팬아트 작품에서 아직 10대 소년 같은 분위기가 눈에 띄는 때가 있달까요. MMD 모델로 치자면 유타카 식과 린 식의 차이랄까...두 모델 다 굉장히 아름다운 모델입니다만. 

그랜드 파티 일러스트나 파세라 콜라보 일러스트나, pako씨의 작품은 분명히 섬세하고 화려한 작화인데도 (적어도 오피셜 카르나 씨 관련 작품은) 무언가 한 겹 색이 들어간 레이어를 덧씌운 느낌, 전체적으로 채도를 좀 낮추고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선도 잘 살펴보면 굉장히 심플하면서 최소한의 라인으로 윤곽을 잡고 있지요. 그래서인지 자극적인 느낌이 적고, 어딘가 동양화 같은 정적인 인상을 받습니다. 

그 빛나는 센스를 보고 있자면 이런 것이 바로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 건가, 하고 느끼게 됩니다.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이 정도로 소질이 있기 때문이야말로 가능한 걸까요.


3.

카르나 씨 덕에 생전 관심 없던 굿즈에도 발을 들이고 있습니다만. 

...지옥도가 펼쳐져 있군요. Gift 사의 봉제인형은 원래 4000엔대 제품을 2배에서 5배에 가까운 가격에 팔고 있고, 비교적 최근 제품인 산리오 뱃지 봉제인형도 2배부터 가격을 부르고 있으니까요. 코스터도, 클리어 파일도, 스트랩도. 아무리 먹고 사는 일이 중하다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네, 분명히 카르나 씨라면 초연하기만 하겠지요. 남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걱정하는 일도 화내는 일을 없을 것이고. 그라면 우선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각종 잡동사니를 돈을 주고 사는 것 부터가 이해되지 않는 일이겠지만요. 분명히 다른 유용한 사용처가 많을 거라고 설득하려 들 겁니다. 하물며 의식주와 관계 없는 사치품(!) 때문에 심기가 불편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요. 

하지만 마음의 평화를 위해 일단 산리오 판 스트랩과 머그컵을 주문했습니다(…) 

그나저나, 카르나 씨 피규어는 어째서 아직까지 나오지 않는 걸까요. 물론 디자인에 디테일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Duel collection figure에도 등장하는 것을 보면 상품화하지 못할 레벨은 아니겠지요. 하다못해 넨드로이드라도요. 아니, 특히나 넨드로이드. 슬슬 등장할 때도 된 것 같은데.  


4.

CBC(칼데아 보이즈 컬렉션) 애프터 파티에 대해서.

콜라보레이션을 담당하는 영업체가 이것저것 전과가 많은 곳인 모양이군요. 여건이 된다면 솔직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렇게까지 마음 졸이는 경험을 하고 싶지는 않군요. 무알콜 드링크에 리큐르가 섞인 정도는 그냥 마셔 줄 수 있습니다만(…) 예약에도 불구하고 한두시간씩 기다리게 한다거나, 주문한 음식이 시간 내에 나오지 않는 경우까지도 있었다는 것은 상도덕상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지요.

그래도 굿즈와 메뉴 카탈로그를 보는 것은 즐거웠습니다. 카르나 씨의 가토 쇼콜라는 정말 어떤 꾸밈도 더하지 않은, 예장의 가토 쇼콜라 그대로군요. 설마하니 런쳔 매트가 프린트한 종이는 아니겠지요. 적어도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 재질은 써 주었기를.

파세라 콜라보는 메뉴의 구성도 가격도 무난해 보였고, 산리오 카페도 산리오 특유의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갈 만한 메리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만. 둘 다 기간 한정인 것이 안타깝습니다. 콜라보레이션 카페는 메뉴나 굿즈를 체크하는 것만로도 솔직히 즐겁기에 기획 자체를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만, 역시 실제로 FGO에 피같은 재화를 투자하고 있는 유저들로서는 곱게 보이지 않는 것일까요. 이 점에 대해서는 강건너 불구경인 입장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하, 전혀 방향성이 다른 잡담입니다만.


5.

원전에서의 카르나 씨는, 혹은 페이트 세계관에서도 생전의 카르나 씨는 훨씬 난폭하고 가까이 하기 힘든 사람이었다는 묘사가 있었지요. 사람은 타고난 재능, 혹은 [훌륭한 혈통]에 환상을 품고 미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살아가면서 배우게 되는 것은 생각보다도 환경의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교육 수준/교육열/가치관/사상/경제력의 차이는 어린 시절 받는 교육, 인간 관계, 습관, 건강과 발육 상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마치 도미노처럼 그 후의 성취를 좌우합니다. 처음 언어를 배울 때의 그 언어의 수준이 평생의 학습 능력을 결정한다는 연구도 있었고, 심지어는 태아 상태에서 노출된 환경이 평생의 건강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학설까지 있는 마당이니까요. 어린 시절의 빈곤은 청소년 혹은 청년 시절에 범죄를 저지를 확률까지 높인다고 하지요. [운]으로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출신 배경이 유형적으로든 무형적으로든 그 사람의 인생에 있어 가장 강력한 변수라는 것은 역시 불합리한 일일 겁니다. 

물론 자기 자신은 성악설을 믿지도 않지만 성선설을 믿지도 않기에(…) 인간을 굴복시키는 환경의 강력함에 더욱 공감하는지도 모르지요.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아름다운 시골길을 달리며 [나는 이 아름다운 시골에서 어떤 무서운 학대가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한다네]라는 홈즈의 발언을 읽으며 그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습니다. 보는 눈이 많은 도시에서라면야 얻어맞는 아이의 비명을 듣고 누군가는 경찰을 부르겠지만, 한적한 시골에서야말로 조용히 비극이 진행될 수 있다고 그는 시원스레 읊었지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부유한 이라고 해서 탐욕스럽고 사악한 것은 아니고 가난한 이라고 해서 청렴하고 선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그들보다도 축복받은 이들과 같은 이타심 혹은 도덕을 기대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이 대단히 무례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그들이 자기 방어적이고, 도움이 필요한 이를 외면하고, 쉽게 남을 의심하고, 작은 이익을 위해 간단히 품위와 같은 것들을 포기한다고 해도 그건 생존 본능에 따라 익힌 자연스러운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다고 하면 그것만으로도 평가받을만 하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당연히도, 삶에 굴복한 이들에게도 살아가는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이고 또 [사회의 이익]에 기여하는 바도 있겠지요. 앞서 길게 늘어놓은 바처럼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사람으로서, 숨을 쉬는 생명체라는 것만으로 지니는 가치가 있을 것이고, 그 가치는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것, 혹은 비교해도 되는 것이 아니기는 합니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아직 가슴으로 그리 느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약자들의 삶과 그 가치를 고찰한 끝에, 그 답으로써 [그들의 진심이 보답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대답을 내놓은 카르나 씨의 삶의 자세에는 동경을 넘어 애정도 품고 있습니다만. 그 정성어린 마음, 혹은 순수한 뜻이라는 것도 직접 경험해보지 않는 한 불신과 편견으로 가득 차 있는 자신은 확신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나약하고 태만하기에 아직 흉내조차 내볼 엄두가 나지 않는군요. [사람은 그저 사람일 뿐이라는] 명제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게 되기까지는 얼마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요. 


6.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비행을 저지른 사람에게 다른 여느 이들과 똑같은 기준으로 그 잘못을 가리는 것과, 그의 미숙한 도덕 관념과 결여된 교양을 [어쩔 수 없는 것,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은 어느 쪽이 더 잔혹한 것일까요. 아마도 십년도 더 전에 오노 후유미 씨의 「くらのかみ」를 읽었을 때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승려가 원념을 가진 귀신이 되고 만 것에 대해 그 도덕성에 대해서는 맹렬한 비난을 할지언정 [성불]을 기도해 주는 것과, 그 타락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언급 없이 [인간이라면 당연히 있을 수도 있는 일]로 이해해 주지만 주저없이 [제령]이란 처분을 택하는 것. 어느 쪽이 자비로운 대우일까요. 

비행이 도를 넘어 범죄가 된 경우에는 문제가 더 복잡해지겠지요. 개인의 잘못에 대한 사회의 책임을 논하는 것과 그 잘못을 재판하고 벌한다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선이 있지만, 사실 서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져 있는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불운의 연속이 있었다고는 해도 인정에 반하는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분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겁니다. 하지만 그 분노가 올바른 것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유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선뜻 긍정하기 힘들지요. 죄를 벌한다는 형법의 목적 또한 시대와 사회에 따라 사실 일관되지 않은 것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바가 개인을 대신한 사회의 복수/사회 정의의 실현인지, 혹은 재발 방지처럼 더 큰 피해를 예방한다는 것인지에 따라 그 죄값을 치르는 방식이나 형량 역시 유동적인 것이겠지요. 후자에 무게를 둘 경우 엄격한 구형, 무거운 형량이 꼭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신대륙의 사례를 보면 명확합니다만(…)  


7.

질 드 레의 경우 그의 죄악은 고민할 것도 없이 120% 개인의 잘못이겠습니다만. 그를 위로하고 또 꾸짖는 잔느의 설교에는 보기 드문 시원스러움이 있었습니다.

「償いを彼の行う救済に求めてはいけません。ジル、犠牲になった者に償う方法など、存在しないのです。貴方も、そして私も」

「主はすべてを許し、貴方が殺した者は決して許さないでしょう。貴方は自身を憎いながら、それでも英霊として生者を救わなければならないのです。」

그렇지요. 흑역사는 지울 수 없는 것입니다만. [책임을 다해야 할 의무] 혹은 [무언가를 할 자유]만큼은 남아 있기 마련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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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霜夜 :

카르나 씨 잡담 3

2018. 5. 5. 02:19 from Memo

1. 

카르나 씨의 가치관, 인간관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 작품은 굳이 꼽으라면 역시 CCC겠지요. 아포크리파에서도 그의 상냥함이 빛을 발하는 대사는 몇번이고 있었습니다만. 

카르나는 아마, 지나코와 다시 만나는 것을 바라고는 있어도 그녀의 [사회적 성취]에 관련된 근황이나 혹은 미래에 대한 디테일에는 그닥 관심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지나코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준 카르나입니다만 그 행동은 진실로 보답을 바라지 않는 베품이었으니까요. 

계산에 기반한 선물은 호의라기보다도 오히려 전략이라 부를 만한 것이겠지만요. 자신의 인생에 무언가 의미를 찾으려 하는 것은 지성체에게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선행을 베풀 때 역시 자의식이 섞여 들어가지 않기는 어렵지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선물이라는 것은 보내는 이에게 이득이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순수성을 재단하는 것이 그 호의의 가치를 재는 유일한 척도가 된다는 것은 본말전도일 겁니다. 온전히 순수한 호의라는 것을 과연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요. 그 순도에 집착한다는 것은 결벽증에 다름 아니겠지요.

그런데 카르나 씨는 정말로, [자신의 행동에 의미가 있었는지, 혹은 가치가 있었는지] 하는 궁금증은 먼지만큼도 지니고 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흔히들 미덕이라 여겨지는 것들, 가치있는 것이라 여겨지는 것들. 앞으로의 지나코의 인생이 그런 것들과는 연이 없다고 해도 카르나 씨는 신경쓰지 않을 겁니다. 그 자신의 목숨이라는 생명체로서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선물을 준 상대에게라도요. 

사람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가치를 재고 품평합니다. 타인의 목숨의 가치를 잴 자격 따위 없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인데도요. 그건 종족으로서 살아 남기 위한 본능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만. 그러니 병약한 사람보다는 건강한 사람을, 노인보다는 젊은이와 어린아이를, 범인보다는 우수한 인재를 좀 더 [가치있는 개체]로 점수를 매깁니다. 자신이 무언가를 희생해가며 지키고 보살핀 상대가 이 대의명분을 만족시키는 인물이라면 뿌듯함과 만족감을 느끼기도 상대적으로 쉽겠지요.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런 것들도 악(悪)으로 규정하기는 힘들 겁니다. 

그러니 보편적인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철학적인 논의를 넘어서, 머릿속의 이론이 아닌 본인의 삶의 자세로서 실천하기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카르나 씨는 [자신은 사람을 보는 눈이 없다]고 겸손하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모든 이를 동등하게 바라본다는 것은 생명에 값을 매기지 않는다는 궁극적인 이상의 실현 그 자체로 보입니다. 제각각인 인간 군상들이 크고 작음, 화려함과 소박함, 밝음과 어두움 등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근본적으로는 덧없고 아름다운 꽃과 같이 보인다는 것은 얼마나 덕을 쌓아야 가능한 일일까요.

자신이 선의를 베푼, 혹은 구한 상대가 설령 사회로부터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지 못할지라도.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 사랑받는 존재가 되지 못할지라도. 그 삶의 목적, 혹은 의의를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설령 그저 남은 생명을 불태워 스러져 갈 뿐인 존재일지라도.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가치 있는 존재라고, 그렇게 진심으로 믿고 또 전한다는 것은.


2.

오히려 카르나는, 재회하게 된다면 감사를 전해야 할 쪽은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뜬금없는 감사 인사로 지나코가 어안이 벙벙하도록 만들겠지요. 작품을 거듭할수록 카르나의 언어는 많이 둥글어지기도 했고, FGO에서는 자신이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을 했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게까지 되었으니까요. 아르주나와도 종국특이점에서의 재회 시 싸움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한마디 덧붙이려 하는 습관 덕분이었고요. 

하지만 지나코에게 [기대하는 것]은 없어도 [바라는 것]은 많은 카르나였으니, 아마 할 말은 많을 겁니다. 보일락말락한 홍조를 띄우고, 수다스럽게 이것저것 잔소리 겸 질문을 늘어놓을지도 모르지요. 간식은 좀 줄였는지, 체중은 좀 줄었는지, 게임하느라 밤샘은 하고 있지 않은지... 이별할 때보다도 나이를 먹은 지나코가 이번에야말로 연상다운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좋지만, 변함없이 어리광을 피우는 것도 좋을 겁니다. 지나코가 얼마나 나이를 먹더라도 카르나 씨로서는 제 자식과 같이 사랑스러운 마스터임에는 변함이 없을 테니까요. 오히려 지나코가 이전과 다름없는 거리감으로 다가와 주는 것을 기뻐할지도요.

원래 혼자서 아무 문제 없던 사람이라도, 카르나와 같이 잔소리는 할지언정 자신이라는 존재를 기꺼이 긍정해 주고, 무슨 일이 있어도 버림받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게 된다면 절로 칠칠치 못하고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한 사람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3. 

「我らは過去の者に過ぎない。未来に生きるお前たちは誰であれ、英霊にとっては宝だ…我々はお前たちというの未来のために走ったのだから。」

비단 영령만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젊고 하고 싶은 일이 많을수록 자기 자신이 이룰 수 있는 것 혹은 이루고 싶은 것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고, 자연히 다음 세대를 돌보는 일에 소홀해지기 마련이지요.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갈수록 책임이 늘어간다는 것을 평소에는 잊고 살면서요. 

그야말로 서번트의 본질을 짚어내는 대사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적어도 페이트의 세계관에서는 이들이 생명체가 아니라고 하기는 힘들겠지요. 감정과 이성을 가지고 주변을 감화시키며 또 그 자신들도 변해 나가고 있으니까요. 아무리 생전의 본인과는 다른 존재, 그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존재이고 소환될 때마다 다른 인물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기억도 인격도 깡그리 리셋된다고는 하지만 오리지널 데이터 역시 변화하고 있다는 암시가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영령들은 유한성이라는 생명체의 본질을 왜곡할 가능성을 지닌 존재들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들은 동시대 혹은 현 시대의 절대 다수의 구성원들보다도 특출나고 우수한 존재들입니다만. 무한한 기회라는 것은 태만을 낳기 마련입니다. 거기에 같은 세대의 연장 혹은 반복은 새로운 세대의 탄생에 비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의 출현을 차단하는 벽에 다름 없겠지요. 그리고 종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다양성의 확대를 가로막게 되고 말 겁니다. 

그러니 영령들 중에서도 이런 소회를 늘어놓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누구보다도 유연한 사고방식을 지녔으면서도 에고가 옅은 카르나 씨일 겁니다. 자신들의 보물이라고, 마음으로부터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야말로 마스터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도 외견상의 연령에 어울리지 않게 포용력 넓고 따스한 것일까요. 정말로 영웅과 영령의 귀감입니다. 

영웅왕과 멀린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에 흥미가 있고, 서번트 중 상당수는 인간 개개인에 대해서는 질려 있을지언정 인류라는 종족에 대해서는 애정을 가지고 있지요. 사람이라는 존재가 이제부터 얼마나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그 끝이 어디에 다다를 수 있을지. 궁금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일입니다.

하지만 카르나는 인류라는 카테고리로 얼버무리지 않아도, 이곳저곳 모나고 단점 가득한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지요. 또 그는 사상적으로도 집단보다 개개인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키는 것도 어쩔 수 없다는 전체주의, 혹은 공리주의에 그는 정면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인물이겠지요. 그러니 전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한다는 대의명분을 업으로 짊어지면서도 [개인]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는 무명에게 유독 날이 선 독설을 날린 것도 납득이 갑니다. 애초에 영웅왕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만큼, 깔끔하게 [자신과는 다른 존재]로서 선을 그을 수 있고, 서로 상대방을 감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이야기가 길어질 일도 없지요. 하지만 무명에 대해서는, 카르나의 입장에서는 그 마음 씀씀이가 우유부단함, 혹은 궤변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겁니다. 타의도 악의도 없는 진실된 마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그 모순을 지적할 때는 날카로운 태도를 취한 것이겠지요. 


4.

카르나 씨의 [자신은 마스터 운이 좋다]는 발언은, 애초에 카르나 씨가 참전하는 목적 혹은 바라는 바가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가 마스터에게 바라는 것은 몸과 마음을 다해 섬길 수 있는 기회 뿐이고, 그에 더해 그 주인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자신 역시 새롭게 배울 것이 있다면 이미 분에 넘치는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지나코를 도움이 되지 않는 마스터라고 평가하기는 했지만, 그건 결코 지나코가 훨씬 유능한 마스터이기를 바랬다거나 그렇지 않은 그녀를 책망하려는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저 보이는 그대로를 평가했을 뿐(...)

실제로 성배전쟁에서 명명백백 카르나 씨가 승자의 자리에 오르는 장면은 이제껏 없긴 했습니다만. 그가 제 2의 생에 바라는 것은 그런 영광이 아니겠지요. 황금 갑옷을 양도해 지나코를 무사히 귀환하게 하는 것이 그녀가 실제로 바라는 일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良かった、今度こそオレは余計なことをしなかったようだ」라고 엷은 미소를 띄우는 카르나 씨는 정말로 기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혹은 아르주나와 대화하며 한 마디를 덧붙이게 된 자기 자신의 변화를 자부하던 때라거나, 타마모를 비롯한 동료 서번트들과 가벼운 대화를 나눌 때라거나. 이런 기억들이야말로 그가 매번 영령의 좌로 돌아갈 때 다시금 떠올리고 감사히 여기는 것들이겠지요.


5.

카르나 씨의 장점 중 하나는, 만인에게 공평하고 친절하면서도 특별한 한 사람, 혹은 그이들에게 할애할 마음의 공간 역시 따로 챙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족 혹은 연인 관계에서 자신과 생면부지의 타인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 자신을 특별히 여겨주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일 테니까요. 

아욕이 엷은 탓에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분명히 강한 애착을 지니고 있어 주겠지요. 다시금 생각해봐도 역시 오토메 게임의 등장인물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6.

엑스트라 시리즈의 서번트들은 전부 사랑스러운 느낌이 있어서 좋아합니다. 다들 마스터를 정말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점이 특히나. 세계 자체가 담백하면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투명감이 있다고 할까. 그래서 신작인 테라링크에서 제로 서번트들이 대거 추가된 것이 썩 반갑지는 않습니다. 무쌍 게임으로서는 올바른 방향성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엑스트라 시리즈의 세계관과는 점점 멀어져가는 느낌이 들어서요. 제로라는 작품 자체도...음...네. 오리지널 캐릭터들과 그 결말(...)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작가의 여성관에 대해서는 솔직히 눈살이 찌뿌려지는지라 좋아하기에는 미묘한 작품입니다.

카르나 씨의 여성관도 조금 고리타분한 면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이 정도는 애교로 봐주어야겠지요.


7.

크리슈나와 두료다나.

힌두교적으로는 매우 불경한(...) 발상이 되겠지만, 두 사람 다 언뜻언뜻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크리슈나도 두료다나도, 아르주나와 카르나에게 있어 둘도 없는 친구이자 후원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그 둘의 파멸 혹은 그 시대의 종말을 가져온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했지요. 마하바라타의 인물들이 다 그렇지만 둘 다 선악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점도 그렇고요. 마하바라타의 두료다나는 사실 에디슨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전사로서 유능한 인물이었고 정말로 냉혹하기도 했지만. 그런 그도 카르나가 전사했을 때는 눈물을 흘렸다고 하던가요. 처음 카르나를 궁지에서 구했을 때는 확실히 사심이 들어가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카르나의 거짓 없는 충의에는 그도 감화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치사하고 속이 좁은 인물이었을지언정 그도 역시 왕족이라, 복수를 원했으면서도 판다바 형제들의 아들들이 모두 몰살당했을 때는 판다바와 카우라바를 포함한 일족의 대가 끊길 것을 진심으로 걱정하며 절명했고요. 크리슈나 역시 신의 화신이자 인격자이긴 하지만 간다리 왕비가 저주한 대로 동시대의 인간들을 파멸로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니까요. 당장 자신의 일족부터도, 저주가 걸려있다고는 했지만 크리슈나 자신이 직접 때려 죽여 멸족에 기여했지요.

유디슈티라를 필두로 한 판다바 5형제는 궁금하기는 하지만, 지금의 아르주나-카르나라는 두 사람의 대치 구도가 엷어질 것 같아서 FGO실장은 바라지 않는 편입니다.   


8.

새로운 버서커 씨는 역시 아르주나의 또다른 인격인 걸까요? 아르주나의 머리색을 백발로 팔레트 스왑한 일러스트를 보니 정말로 똑같이 생겨서 깜짝 놀랐습니다. 정체가 밝혀지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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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霜夜 :

동화적인 색감과 캐릭터 디자인 덕에 착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첫인상을 들어엎는 잔혹한 이야기였군요.

등장인물들이 픽픽 죽어 나가는 데에 흠칫하고, [제국]이 이야기의 중심에 들어오면서부터 점점 어두워져가는 질척질척한 세계관에 놀랐습니다.

분명히 독특한 설정이고 매력적인 요소들도 많지만 군데군데 아쉬운 점이 많군요. 애니메이션의 한계일지도 모릅니다만, 불필요하거나 의문을 표하게 하는 전개가 군데군데 보이는 느낌입니다. 

사실 무엇보다도 몰입을 방해하는 것은 주인공 챠쿠로의 캐릭터였습니다. 등장인물 다른 누구보다도 주인공의 캐릭터가 얄팍한 느낌이 든달까요. 다른 이들은 단점과 장점이라는 양면성을 분명히 지니고 있고 이야기를 통해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확연히 보입니다. 그런데 주인공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성(善性)만을 보이고 있으니 감정이입할 요소도 없고, 그닥 정도 가지 않는다고 할까요. 거기에 더해 납득할 만한 복선이 없는데도 미묘하게 할렘 끼가 보인다는 점이...

디자인 상으로도 캐릭터 상으로도, 전체적으로 볼 때 도로쿠지라의 주민들보다는 제국군 혹은 연합국 쪽 인물들이 훨씬 개성이 강하고 인상이 강렬하다 보니 도로쿠지라의 이야기에 흥미가 떨어지는 감이 있고요.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 슈안과 료다리의 대비였습니다. 감정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나라에 태어났으면서도 그 축복을 누리지 못하고 고립된 슈안과, 역으로 풍부한 감성을 지녔으면서도 그 누구와도 교감할 수 없는 나라에 태어난 탓에 미쳐버린 료다리. 두 사람 다 결과적으로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지요.

악감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쿠치바와 료다리는 처음 중상을 입었을 때 그대로 사망처리되는 편이 훨씬 여운이 남았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쓸모가 많을 캐릭터들일 터이니 그러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점은 이해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앞으로의 전개에 궁금한 점이 있다고 한다면, 오르카가 아내를 어떻게 배신할 것인가, 라거나(...) 슈안과 료다리의 결말 정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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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나 씨 잡담 2

2018. 5. 2. 14:18 from Memo

1. 

유우키 아오이 씨가 게스트로 나왔던 칼데아 라디오 편에 대해서. 

[같이 술을 마시고 싶은 서번트] 랭킹에 카르나 씨를 랭크한 청취자는 역시 유우키 씨가 게스트인 것을 의식하고 써넣은 것일까요. 사실 이유가 바로 짐작이 가지는 않았지만(...) 부연설명을 듣고 납득했습니다. 언제나처럼 자기 자신에 자신을 가지지 못하고 걱정하는 카르나 씨를 함께 있어서 즐겁다고 안심시키면, 그는 그런가...(납득) 그런가...(기쁨) 라고 중얼거리겠지요. 그리고 그런 카르나 씨를 옆에 안주로 두고 술을 마시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훌륭한 이야기를 누가 보내 주신 것인지. 역시 상상력은 중요한 재능이군요. 빈곤한 상상력을 놓고 보자면 자신은 夢女子의 경지에는 아직 다다르지 못한 모양입니다.

확실히 카르나 씨는 자기 자신을 어둠침침한 남자라고 평가하고 있었지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특기라고 하면서도 자기 자신한테는 평가가 박하기 그지 없으니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게다가 그가 태양의 화신과 다름없는 존재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더욱이요.

남녀 가릴 것 없이 자기 자신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의 넘치는 자신감은 확실히 절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것이지요. 자신이 사랑받을만 하다는 것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고, 그 매력을 주위에 뽐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에게서는 [나를 예쁘게 보고 사랑해 줘]라는 메시지가 전해져옵니다. 경험에 기반하고 있을 그 믿음은 확고한 것이기에 결코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 혹은 강요가 섞여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지니고 있지요.

하지만 충분히 능력이 넘치는 사람의 자신감 없음 역시 그 나름대로 매력적입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느끼는 안타까움이 있고, 뜻밖의 연약함 혹은 인간미를 발견하는 데에서 느끼는 사랑스러움이 있지요. 

[왜 그리 자신감이 없는지 모르겠다]라는 평가를 지인에게 들으면서도 본인은 도통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자기 자신에게는 자신의 단점이 너무나 명확히 보일 테니까요. 

시간은 걸리겠지만, 카르나 씨라면 몇번이고 진심을 전한다면 그런가...라고 납득해 주는 유연성은 갖추고 있을 겁니다.

 

2. 

눈앞에 마주한 이를 바짝 긴장하게 하는 날카로운 감식안, 범인(凡人)을 초라하게 만드는 고결한 인품과 특별한 재능, 악의는 없지만 아프기 그지 없는 독설 등등. 

어쩌면 카르나는 그 빛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갈수록 화상을 입기 쉬운 타입인지도 모르지요. 말 그대로 인간에 불과한 이카루스에게 내려쬐던 작렬하는 태양의 열기와 같이. 그 처참한 행운치는, 피와 살을 지닌 인간이라면 아마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받을지도 모르고요. 설령 저주와도 같은 카르나의 불운에 휘말려 들어가는 일 없이 지낼 수 있다고 해도 병적으로 자기 보호 혹은 생존 본능이 희박한 카르나 씨는 돌보고 챙기기가 참 힘든 남자일 겁니다. 

지나친 호인(好人)은 가장 가까운 가족 입장에서는 속이 타는 일일 겁니다. 어디까지 돌보는 사람이 독한 마음을 먹고 눈을 부라리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지요. 기본적으로는 통장을 맡기라면 맡기라는 대로, 잔업은 *시간까지만이라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따라 주기야 하는 사람이겠지만요. 아버지의 애정어린 조언/경고에도 불구하고 서약을 어길 수는 없다며 3할 이상 되는 살점을 떼어 건네준 점을 보면, 의외로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릴(...) 때도 있을지 모릅니다. 

서번트일 때라면 몰라도 끊임없이 다른 생명을 소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인간이라면 그의 체중이 더 빠지지 않게 체크하는 것만도 큰일일 겁니다. 고대라면 물론이거니와 전사(戦死)하는 일도 아사(餓死)하는 일도 없는 사회라고 할지라도 아직 과로사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단명하지 않게 하려면 신경 써야 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요.


반면, 짧은 시간이나마 카르나와 함께 한다면 그를 쉽게 잊어버릴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아마 카르나 본인은 전혀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을지도 모릅니다만 눈에 잘 안 띄기는 커녕 강렬하기 그지 없는 존재감을 지닌 사람이니까요. 카르나의 장점과 단점 그 어떤 것에 대한 것이든, 그에 대한 부정적인 혹은 긍정적인 감정이든 관계 없이 그 시간들은 바라보았던 이의 기억 속에 아로새겨지겠지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옅어지기는 할지언정 사라지지는 않는 흉터 자국처럼.


3.

아니 그런데 지나코는 카르나 씨가 자비즈의 신화예장 탐색에 힘을 빌려주고 싶어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요. 카르나 씨의 과거라면 꿈에서 보았을 가능성이 있다고는 해도. 이 시점에서의 카르나 씨의 진심은 누구에게도 내보인 적이 없을 텐데요. 물론 평소보다 침울해 한다거나, 미묘하게 태도에 나타났을 가능성은 있지만서도 그걸 알아차렸다고 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놀랄 일입니다. 냉담하게 [하고 싶은 사람한테나 시키면 되지] 라고까지 내뱉은 카르나 씨인데. 지나코 역시도 언어에 휘둘리지 않는 견식을 갖추고 있는 것일까요. 제멋대로 삐죽삐죽 뻗은 머리카락이라거나, 겉모습과 장식에 구애받지 않는다거나 하는 점을 보면 이 주종도 역시 의외로 닮은 점이 많을지도요. 


4. 

아포크리파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는 출연 서번트를 때려잡는(...) 방식인 모양이군요. 

베품의 영령인 카르나 씨인 만큼 분명히 플레이어에게 호화로운 보상을 그득그득 쥐어주겠지요. 말 그대로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어서. 역시 FGO에서는 거리를 두어야겠습니다. 게임인 이상 하다 보면 감각이 무뎌질 텐데, 굳이 그러고 싶진 않으니까요. 


5.

戦国ナイトブラッド콜라보.

응...? 카르나 씨, 의외로 먹는 것을 좋아하는 타입이었나요....?

내준 음식은 가타부타 불평 없이 잘 먹을 것 같다는 인상이 있기는 했지만, 딱히 식사를 좋아한다거나 일부러 맛있는 것을 찾는 이미지는 전혀 없었습니다만.

당연하다는 듯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잘 알지도 못하는 성에서 모르는 방에 들어가는 카르나 씨(!). 그렇다면 역시 생전에 빼빼 마른 것은 먹는 것에 관심이 없다거나 편식이 심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먹을 것도 전부 남과 나누고 말았던 탓일까요. [네 식량을 가로챌 수는 없다]는 대사도 생전 음식이 그닥 풍족치 못했던 고대 인도의 사고방식에서 나온 거라면 안쓰러운 일입니다. 영양 상태가 좋았다면 키도 더 클 수 있었을까.

페이트 세계관에서 식신 속성이 붙으면 떨쳐내기 힘든 인상이 있습니다만(...) 콜라보 이벤트 뿐 아니라 본가 세계관에서도 양볼 가득 먹을거리를 오물거리는 카르나 씨를 볼 날이 있을까요.


6.

 「ネガティブになったら、推しを褒めるツイートを1つでもしてみて下さい!ポジティブな感覚は忘れると思い出すのに時間がかかるから、なんでもいい、こまめに心にハッピーを!」

이미 이곳저곳에서 소개되고 인용되고 있는 듯한 유우키 씨의 메시지입니다만. 자신 역시 절로 고개를 끄덕인 한마디이기도 합니다. 그렇지요, 행복했던 감각은 잊어버리기 쉬운 것이지요. 애착은 고뇌의 원천이라고는 합니다만, 역시 수행자도 아닌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사랑하는 무언가가 있는 편이, 그리고 그 수가 많은 편이 인생을 살아가기 수월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지금 좋아한다고 느끼는 것들에 소소하게나마 애정을 쏟아 가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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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霜夜 :

카르나 씨 잡담

2018. 4. 30. 11:29 from Memo

1.

자유에는 고독이 따르는 법. 

우열을 따지기 힘든 고독을 안고 있었던 지나코도 카르나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카르나는 어쩌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았던 자유로웠던 사람일지도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그 목숨도 아버지와 주군의 명예를 위해 바쳤다고는 하나 어차피 [살아남는다는 것]은 카르나 자신의 소망도 아니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희생이 평가절하될 이유는 없습니다만. 자신의 삶의 자세를 시종일관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 그 신념이 꺾이는 일이 없었다는 점에서만큼은 카르나는 자칭하는 대로 운이 따라 주었던 것일지도요. 소환 당시 아르주나의 소원이 영원한 고독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새삼 아르주나가 얼마나 이런저런 속박에 얽매여 있었는지, 자신과는 대척점에 서 있던 카르나가 그에게 어떻게 보였을지 조금은 짐작이 갑니다.

만인에게 차별 없이 공평한 빛을 뿌리는 태양. 지구상 모든 생명의 원천인 황금빛. 인간 세상의 편협한 사고, 고리타분한 예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 그런 자비로움과 초연함을 바라보며 생전 아르주나의 속은 얼마나 새까맣게 타들어갔을까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것, 자신이 가지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 [부럽다]고 생각해 버리는 마음을 안고 있었던 것도, 그 감정이 강렬하기 그지 없었을 것도 두 사람 다 마찬가지였을 터인데. 


2.

그나저나 카르나가 생전에 왕의 칭호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생각할 때마다 어색하기만 합니다. 아내도 몇 명인가 있었던가요. 페이트 세계관의 카르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아르주나와는 다르게 아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기도 하지만. 카르나 씨의 아내가 나온다면 아이돌 성우가 실은 기혼이었다는 것 이상으로 팬덤에는 충격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당장 자신부터가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지. 발렌타인 이벤트를 처음 봤을 때도 카르나 씨가 이럴 리가 없다고 한참 부정했었으니까요. 이렇게 CP관계 없이 캐릭터를 좋아하게 된 것도 얼마나 오랜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카르나 씨 관련해서는 딱히 누구랑 엮어주고 싶은 마음도, 이 사람 외에는 안된다는 고집도 없는 편입니다. 오히려 자신이 夢女子의 경계선에 서 있달까(...) 본받고 싶은 사람으로도, 연인으로도, 혹은 아버지로서도 손색없는 인물이지요. 언제나 달콤한 연인간의 애정이 2차 창작물을 찾아 헤매게 만들던 원동력이었던지라 이런 종류의 애정은 자신에게도 낯선 느낌입니다. 카르나를 중심으로 한 따뜻한 이야기는 얼마든지 환영입니다만. 특히나 지나코와 엮이면 장점 단점 가릴 것 없이 카르나 씨의 캐릭터가 풍부해지는 느낌이 드는지라 좋아합니다. 악의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아리송한 그 독설들은 엑스트라 세계관 카르나 씨의 전유물이겠지요. 

그럴 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혹여나 드라우파디가 나오게 된다면 이 인도 형제 둘에게는 매우 껄끄러운 존재가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카르나와는 말할 것도 없는 악연이 있고, 아르주나에 대해서는 판다바 5형제 중 가장 사랑하던 남편이었으니까요. 꼭 리츠카와의 커플링이 아니더라도, 생전의 모습을 알고 있는 가족의 존재는 이제 막 그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제 2의 생을 살아가려 하는 아르주나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것만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3.

돌이켜 보면 아무래도 아포크리파 애니메이션이 새삼스레 카르나 씨에게 빠지게 된 방아쇠 역할을 수행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지라 아포크리파 콜라보레이션이나 소설판에도 관심이 가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도 충분히 훌륭했는데, 그것도 소설판에 비하면 많은 부분이 잘려나갔다고 하니까요. 신작 MMD도 빈번하게 체크하고 있습니다만 세상에는 재능을 기부해 주시는 분들이 이리 많군요. 모델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단정한 얼굴이며 가녀리고 긴 팔다리가 하늘하늘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쁩니다만. 오피셜 작품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의상, 표정, 그리고 미소를 보여주는 카르나 씨를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두 손으로 입가를 가리게 됩니다.

마하바라타는 일단 접근성은 둘째치고, 피비린내가 너무나 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여태껏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만. 이것이든 저것이든 카르나 씨가 더욱 보고 싶은 지금은, 이전보다도 흥미가 동하고 있는 중입니다. 실제로 넘어야 할 감정적인 장벽들이 아직까지는 너무나 높은 기분이 들지만요. 카르나 씨의 아이들이 나오는 부분이라거나요. 


4.

이제껏 굿즈를 사본 적도 夢物에 관심을 가진 적도 없습니다만, 카르나 씨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리미트가 부서져 나가는 느낌입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하고 스스로에게 묻게 될 정도로요. 마지막 남은 이성의 가닥을 붙잡고 FGO만큼은 시작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카르나 씨가 와주지 않으면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라는 것입니다만(...) 와 준다면 와 주는 대로 진흙탕에 빠지게 될까 두렵습니다.


5.

カル縫い가 발매되는 5월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과연 손에 넣을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만. 이제는 구할 수도 없습니다만, 타워 레코드 콜라보레이션 판의 카르나 씨의 태피스트리나 캔버스는 솔직히 아쉽습니다. 벽에 걸어 놓으면 바라볼 때마다 식욕이 사라질 것만 같으니 실용적이기도 할 거라는 궤변까지 떠올릴 정도로요.  


6.

어느새인가 카르나 씨를 생각나게 하는 물건들을 하나 둘씩 사게 되었습니다. 붉은색 드레스 셔츠라던가, 핫핑크 컬러의 목도리라던가. 아직 사진 않았지만 라이더 자켓, 레드 스톤 볼로 타이, 크로스 타이, 금색 플레이트 이어링도 한참 뒤지고 있었지요(...) 평소에도 악세사리는 거의 하지 않고 하더라도 실버 컬러 뿐인데. 코스프레까진 아니어도 바라볼 때마다 그 의상들을 걸친 카르나 씨가 떠올라 기분이 조금 온화해집니다. 절대 다수의 사복과 물품들이 모노톤과 푸른색 뿐이고, 금색과 붉은색은 의도적으로 피하던 편이었는데. 카르나 씨 덕에 취향에 대한 고집이 조금 누그러질 것 같습니다. 


7. 

유우키 아오이 씨, 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예능계에서 활동하던 베테랑이셨군요. 귀여운 외모와는 다르게 각종 토크에서 보여주는 강단이 센 모습에 처음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보통 일본인으로는 사실 드문 일이 아닌가 싶은데, 자기 의견을 상당히 거침없이 말하는 타입이라는 인상입니다. 많이들 착각하는 부분이지만 자신은 절대로 지나코와 자신을 겹쳐서 생각하고 있지 않다거나. 카르나 씨도 굳이 비유하자면 남편이나 연인이 아닌 손자로 생각한다던가. 얼굴도 멋있기는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그 정신이라거나. 모두가 좋아하는 모두의 카르나 씨인 만큼, 어디서 무엇을 하든 좋으니까 가끔 돌아와서 얼굴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족한다고 하시던가요. 돌아오면 맛있는 것을 잔뜩 먹여주고 용돈을 쥐어주고 싶다거나. 호칭조차도 あの子라 부르기까지.

지나코 수록 후에는 카르나 씨의 일도 한동안 잊고 지냈었다고 하지요.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가장 애정을 쏟고 있는 인물에 대해 이런 방임적인 애정의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것에 신선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달리 말하면 자신이 할머니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다는 말인데, 20대 초중반 여성 아이돌에 가까운 그녀가 그런 발언을 하니 새삼 자신을 돌이켜 보게 됩니다. 

사실 CP로는 이부형제를 밀고 계신다는 인상을 받긴 했습니다만(...) 그렇다고는 해도요. 

같은 인물을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친밀감을 느낍니다. 카르나 씨에 대한 애정을 읽고 있자면 이쪽도 덩달아 즐거워지기 때문에, 앞으로도 공사(公私) 더불어 오랫동안 페이트 시리즈에서 일해주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霜夜 :

http://fate-apocrypha.com/event/


pako씨의 트위터가 너무나 정곡을 찌르고 있군요;

진짜로 라이더 자켓을 걸친 카르나 씨를 공식에서 보게 되다니. 그런데 생각보다 여러 가지가 어색한 느낌입니다. 분명히 잘 어울려야 하는 의상인데, 카르나 씨가 엄청나게 비율이 좋은 모델 체형이라는 것도 알겠는데...

기묘하게 수수하고 기묘하게 대충 입은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모노톤의 아무 장식 없는 티셔츠며 검은색 진이며 로퍼며 가볍기 그지 없는 캐주얼인데, 라이더 자켓을 걸쳐놓기에는 컨셉이 확실치 않은 느낌이랄까. 스카프는 차라리 없어도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청회색의 티셔츠나 가벼운 로퍼라도 조금 더 화려한 다른 아이템이었다면 좋았을지도요. 오피셜로 발목이 보이는 첫 의상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지(혼란)

그리고 무엇보다도 명색이 에필로그 파티인데...한껏 멋을 낸 다른 서번트들과 비교해 보면, 파티장에 서 있기나 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의상입니다. 경비원 스파르타쿠스 씨에게 입구에서부터 제지당하지 않을까요. 이래서야 카르나가 공기를 못 읽는(...) 사람이라는 것을 공식에서 인정해 주는 꼴이 되고 말듯 싶은데. 카르나 씨 답다면 카르나 씨 답지만서도요.

여태껏 오피셜 의상이 정장이 많았던 만큼 새로운 시도를 해 주신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요. 아니 어떤 의상이든 간에 새로운 의상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만. 


그나저나 カル縫い가 재판이라니...이번에야말로 사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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